
인공지능(AI)의 교실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이 교육 현장에 충격적인 정책을 내놓아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학교가 학생들의 AI 오남용과 과의존을 막기 위해 구글의 AI 도구를 차단할 경우, 수업과 과제에 필수적인 ‘구글 검색엔진’ 전체를 이용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학교서 AI 기능 거부 시 구글 검색 차단 예고
구글은 지난 3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2027년부터 초·중·고(K-12) 교육용 계정에서 제미나이(Gemini), 노트북LM, 구글 클래스룸 AI 등 주요 생성형 AI 기능을 기본 비활성화 상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학교 관리자가 직접 승인하지 않는 한 학생들의 AI 접근을 제한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겠다는 취지다. 교육계에서는 빅테크가 공교육의 필수 인프라가 된 검색 엔진을 볼모로 자사 AI 기술을 교실에 강제로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숨어 있었다. 구글은 AI 기능을 끄는 학교는 구글 검색 엔진 자체도 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크리스 필립스(Chris Phillips) 구글 교육 부문 부사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구글 검색과 AI는 이제 깊숙이 결합되어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며 “학교가 AI 기능을 일괄 차단할 경우 학생들은 구글 검색을 이용할 수 없으며 이용 불가 안내 메시지만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학생들에게 정답을 바로 알려주는 AI 검색 요약(AI Overviews)만 끄고 전통적인 웹 문서 검색만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통보다.
"아이들 교육을 볼모로 잡았다"… 美 교육계 강력 반발
이 같은 방침이 공개되자 미국 교육계와 학부모 단체는 즉각 격분했다. 지난 15년간 크롬북(Chromebook)과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통해 교실 내 인프라를 독점해 온 구글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학교를 자사 AI 생태계에 강제 편입시키려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최대 교원단체인 미국교사연맹(AFT)의 랜디 와인가튼 회장은 “구글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보다 자사의 상업적 이익을 앞세운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교사, 학부모와 협력해 안전한 도구를 만들기는커녕, 검색 접근권 자체를 박탈하며 학생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아동 권익 단체 페어플레이(Fairplay) 역시 “구글이 학교를 겁박해 AI 제품을 억지로 쓰게 만들려 하고 있다”며 “오히려 학교들이 이번 기회에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대안 검색 엔진을 찾고, 단순 클릭을 넘어선 탐구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 커지자 진화 나섰지만… 'AI 끼워팔기' 본질은 여전하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구글은 몇 시간 만에 추가 입장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학교가 다른 제미나이 서비스는 끈 채 ‘검색’만 별도로 켤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반쪽짜리 수습’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검색을 켜더라도 그 안에 포함된 AI 요약 기능은 여전히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은 대신 학생들에게 정답을 바로 주지 않고 개념을 단계별로 유도하는 ‘가이드 러닝(Guided Learning)’ 모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AI 기술 자체를 교실에서 배제하려는 학교의 자율권은 사실상 완전히 무시됐다.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 사용이 학생들의 장기적인 학업 성취도나 사고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물만 얻는 습관이 정착될 수 있다는 교육학자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빅테크 생태계 종속 심화… "AI 활용법 넘어 디지털 주체성 고민할 때"
이번 사태는 단순한 검색 정책 변경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의 주도권이 어디로 넘어가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학교는 “교실에서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학칙을 정하고 토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빅테크 기업들은 검색, 문서 작성, 메일 등 일상적인 모든 디지털 도구의 밑바닥에 AI를 강제로 결합하고 있다. AI를 거부한다는 것은 곧 디지털 문명 자체와의 단절을 의미하도록 판을 짜고 있는 것이다.
AI지구백과저널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알파세대 청소년과 학부모, 교육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AI 프롬프트를 어떻게 잘 쓰는가" 같은 활용 기술만이 아니다. 거대 기술 기업이 놓은 덫에 걸려 사고력과 주체성을 잃지 않도록, '기술이 인간의 선택권을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가'를 꿰뚫어 보는 비판적 디지털 안목(Digital Literacy)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