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옥은 『디카시와 철학』에서 디카시를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과 연결한다. 그는 디카시를 “사진 기호와 문자 기호가 상호 작용하여 하나의 시적 사건을 구성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서정 양식”(33쪽)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규정은 아퀴나스의 인식론을 이론적 근거로 삼고 있다. 그의 아퀴나스 독해는 인식론의 기본 구조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상옥은 아퀴나스 인식론을 설명하며 “모든 인식은 감각에서 시작된다.”(36쪽)고 서술한다. 그는 “인간의 눈이 받아들이는 빛과 색, 형태는 곧바로 영혼 깊숙한 곳에 울림을 남긴다.”(36쪽)고 말한다. 이 설명에서 감각은 인식의 출발점에 그치지 않는다. 감각을 거의 완결된 인식의 단계로 제시한다. 이 지점에서 아퀴나스 인식론의 위계를 붕괴시킨다.
이상옥은 사진 기호를 감각 인식의 핵심 형식으로 설정한다. 그는 “사진은 시인이 몸으로 느낀 세계를 직관적으로 포착한 결과”(37쪽)라고 말한다. 또한, “아퀴나스적 디카시에 있어서 이 감각은 즉시적이고 선이성적인 계시에 가깝다.”(37쪽)고 규정한다. 감각은 여기서 계시의 성격을 부여받는다. 이는 아퀴나스 철학에서 허용하지 않는 개념 이동이다.
이상옥은 계시 개념을 감각 경험의 확장으로 사용한다. 그는 “유일한 광원의 존재로서 창은 어둠 속 진실을 밝히는 계시의 상징”(34쪽)이라고 서술한다. 이어서 시적 충동은 “세계의 균열 속에서 몸이 감각적으로 인지한 계시적 순간”(34쪽)이라고 말한다. 계시는 초자연적 진리 전달의 개념이다. 감각적 충동과 동일시할 수 없다. 이 동일시는 신학적 개념을 미학적 은유로 환원한 결과이다.
문자 기호에 대한 설명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반복한다. 이상옥은 “문자 기호는 사진 기호로서의 계시를 해석하고 통합하는 언어적 사유의 장”(35쪽)이라고 말한다. 그는 문자 기호를 “감각의 해석과 재구성”(37쪽)으로 규정한다. 이 설명에서 지성은 독립적인 인식 능력과 거리가 멀다. 지성은 감각을 정리하는 보조 기능으로 축소한다. 능동 지성 개념은 논의에서 사라진다.
이상옥은 “사진과 문자가 서로 보완하고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시적 진실에 도달한다”(37쪽)고 결론을 제시한다. 이 결론은 논증을 통해 도출하지 않는다. 감각이 이미 진리의 지위를 갖는 상태에서 지성의 판단은 불필요해진다. 진리 개념을 반복하지만, 정의를 제시하지 않는다. 논증은 선언의 형태로 남는다.
이상옥의 텍스트에는 사료 독해의 흔적이 부족하다. 라틴어 원전 혹은 번역본 분석을 제시하지 않는다. 핵심 개념의 문맥적 의미도 검토하지 않는다. 중세 스콜라 철학의 논쟁 지형 역시 고려하지 않는다. 아퀴나스를 단편적으로 인용한다. 인용은 이론을 정당화하는 장식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문제는 해석의 괴리로 설명하기 어렵다. 개념 이해의 결여가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논증 구조는 일관성이 없다. 방법론적 자각도 확인할 수 없다. 이 조건에서 이상옥의 토마스 아퀴나스 독해는 학술적 논의로 성립하기 어렵다. 그의 텍스트는 이론이라기보다 학문적 허술함 혹은 무장 해제 상태를 노출한 사례이다.
지금까지 아퀴나스의 존재론과 인식론이 신학적 전제 위에 성립한다는 점을 무시한 채 차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감각과 신적 질서 사이의 위계를 삭제하면서 개념은 탈맥락화로 변질한다. 이는 해석의 차이가 아니라 학문적 전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오류이다. 결과적으로 아퀴나스는 디카시 담론에서 의미를 상실한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저서:평론집 10권, 이론서 4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