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를 선택하는 기준이 역세권(지하철역 인접성) 중심에서 공원과 학교 등 생활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청약시장의 주력 수요층인 3040세대가 자녀의 안전한 통학 환경과 쾌적한 주거 여건을 동시에 갖춘 학공세권(학교·공원 세권)에 주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알투코리아와 부동산114가 공동으로 발표한 ‘2026 부동산 트렌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택 이전 시 입지 선택 요인 중 ‘주거 자연환경 쾌적성(산·공원·호수 등)’을 고려하는 비율이 36%에 달했다. 또한 단지 내 녹지와 조경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28%로 10%포인트 늘어났다. 이는 집 주변의 공원뿐 아니라 단지 내부의 녹지 공간과 조경까지 함께 고려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입지 선호 변화에는 청약시장 주력층인 3040세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청약 신청자 총 46만5701명 중 30대 이하가 27만332명으로 58%, 40대가 12만23명으로 25.8%를 차지해 이들 세대가 전체 청약자의 약 83.8%를 차지했다. 3040세대는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가 많아 학교와 주거지 간 거리뿐 아니라 안전한 통학 환경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모두 중요하게 고려하는 특징이 있다.
실제 학공세권 단지들은 매매시장에서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광교 중흥S-클래스’는 광교호수공원과 인접하고 인근에 초등학교가 위치해 지난 8월 전용면적 84㎡ 19층이 20억원에 거래됐다. 초기 분양가가 5억원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 역시 학교와 공원이 가까운 대단지로, 전용 84㎡ 22층이 7월 24억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분양가 8억원 안팎과 비교해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물론 개별 아파트 가격 상승은 학군과 공원 외에도 지역 주택시장 동향, 교통망, 신축 여부, 단지 규모 및 상품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학교와 녹지를 동시에 갖춘 입지가 실수요자 선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한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학공세권 단지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다. 반도건설은 10월 인천 계양신도시 AC3·AC4블록에서 ‘계양신도시 카이브 유보라’를 내놓는다. 지하 2층에서 지상 15층, 총 1110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단지 앞에는 유치원과 초·중학교 부지가 계획돼 있다. 계양신도시는 공원과 녹지를 중심으로 보행특화도시로 개발 중이며, 인근에 선형공원인 ‘계양벼리’와 문화공원도 조성될 예정이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부대동에서는 IPARK현대산업개발이 ‘천안 아이파크 시티 3·4단지’를 공급한다. 전용 84~116㎡, 총 1714세대 중 1628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단지 전면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신설 예정이며, 인근 오성고와 가깝다. 또한 성성호수공원과 약 3.5km 길이 통합 산책로가 단지와 연결될 계획이다.
경기 화성시 동탄구 반송동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아크메르 동탄’을 공급한다. 지하 7층에서 지상 최고 49층, 7개 동 1808세대 규모로 단지 앞 산책로를 통해 동탄센트럴파크를 이용할 수 있다. 학동초 병설유치원과 학동초, 석우중도 걸어서 통학 가능한 거리에 위치한다.
이 밖에 서울 서초구 ‘신반포22차 재건축’, 성남시 ‘더샵 분당하이스트’, 울산 남구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 전북 전주시 ‘삼천 하늘채 라비엘’ 등도 학공세권 단지로 공급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청약시장 중심축이 3040 실수요자로 고착화되면서 역세권뿐 아니라 교육, 공원, 생활환경을 함께 갖춘 다(多)세권 입지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 통학 동선과 가족 여가 생활을 함께 고려하는 수요가 늘면서 학교와 공원을 동시에 품은 단지가 신규 분양시장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