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부산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82만 명이었지만, 2024년에는 292만9천여 명으로 전년 대비 60.9% 증가했다. 2025년에는 다시 364만3천439명으로 늘어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성장세는 올해 들어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5월까지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93만6천57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약 2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산의 성장세는 전국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 부산은 불과 5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을 넘어섰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부산 관광의 과제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관광객을 ‘얼마나 많이 부산으로 오게 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객이 여행을 마치고 부산을 떠난 뒤에도 ‘부산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했으며, 부산을 어떤 이미지로 기억하게 할 것인가’가 도시 관광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부산에는 바다와 해변열차, 스카이캡슐, 광안대교, 감천문화마을처럼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상징이 있다. 여기에 부산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결합되면 관광객에게는 단순한 풍경 이상의 기억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이 도시의 상징과 관광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주는 캐릭터 IP와 관광기념품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하나의 캐릭터로 기억하다, ‘부기’

부산을 대표하는 캐릭터 가운데 가장 친숙한 존재가 바로 ‘부기(Boogi)’다. 부기는 ‘부산 갈매기’를 줄인 이름으로, 부산의 상징인 갈매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부산시 소통 캐릭터다. 바닷바람을 맞아 만들어진 듯한 파도 모양의 헤어스타일과 빨간 스마트 글라스, 부산의 시화인 동백꽃을 활용한 요소 등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징을 캐릭터 곳곳에 담고 있다.부기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귀여운 갈매기 캐릭터’에 머물지 않는다.관광객 입장에서 도시의 풍경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여행지의 기억과 뒤섞일 수 있다. 반면 특정 캐릭터와 장소가 함께 기억되면 이야기는 보다 선명해진다. 청사포에서 바라본 푸른 바다, 해운대에서 탑승했던 스카이캡슐, 여행 중 만났던 부산의 거리와 그 속에 등장하는 부기가 함께 하나의 이미지로 남는다면 ‘부기=부산에서 만난 캐릭터’라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즉, 부기는 부산의 여러 관광지를 하나의 도시 이미지로 묶어주는 일종의 시각적 연결 장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역할을 바탕으로 부기는 SNS 콘텐츠와 각종 지역 행사, 기업 협업과 상품 등을 통해 시민과 관광객을 만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창의성·대중성·산업성·글로벌 확장성 등을 평가하는 ‘대한민국 캐릭터 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부산 역시 부기를 지역 현안이나 공공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를 넘어 글로벌 도시 브랜드 자산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타이베이는 ‘브라보’, 마카오는 ‘막막’ 관광도시는 캐릭터로 기억된다.

도시를 캐릭터로 기억하게 만드는 전략은 부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여러 관광도시에서도 캐릭터를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닌 도시의 인상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관광 IP로 활용하고 있다. 대만 타이베이의 ‘브라보 더 베어(Bravo the Bear)’는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보는 당초 2017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의 마스코트로 출발했지만 국제행사가 끝난 이후에도 도시 관광 홍보대사로 활용됐다. 각종 관광 행사와 캠페인은 물론 지하철 한정 패스, 출판물, 기념품 등으로 접점이 확대되면서 관광객이 타이베이 여행 곳곳에서 동일한 캐릭터를 반복해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브라보는 특정 스포츠 행사의 마스코트에서 벗어나 타이베이를 떠올리게 하는 하나의 시각적 상징으로 영역을 넓혔다. 캐릭터 상품 역시 실제 소비로 이어졌다. 타이베이시 자료에 따르면 유니버시아드 종료 이후에도 브라보 관련 기념품 판매가 이어졌으며, 관련 상품 판매 규모는 7천만 대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마카오의 관광 캐릭터 ‘막막(Mak Mak)’ 역시 캐릭터와 도시 관광을 연결한 사례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역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막막을 개발해 2018년부터 공식 관광 마스코트로 활용하고 있다. 막막은 해외 관광 프로모션과 지역 행사, 문화·관광 상품 등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관광객이 마카오 여행 과정에서 여러 차례 캐릭터를 접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캐릭터 활용 범위를 더욱 확대해 지역 사업자가 막막을 활용한 상품과 관광 경험을 개발할 수 있도록 IP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카오 경전철에는 ‘막막 테마 열차’를 선보여 이동 공간 자체를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만들었다. 타이베이와 마카오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캐릭터만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통해 다시 도시를 기억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여행 중 만났던 장소와 캐릭터가 연결되고,캐릭터 상품을 집으로 가져간 뒤 다시 일상에서 사용하면서 여행했던 도시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부산에서 경험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부기’
부산에서도 이러한 도시 캐릭터와 관광 경험의 결합을 실제 관광 상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 미포와 청사포 일대에서 부산 관광기념품을 선보이고 있는 블루스텝(BLUE STEP)은 부산의 풍경과 대표 캐릭터 부기를 결합한 다양한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블루스텝은 단순히 부기 캐릭터 자체를 상품화하기보다 관광객이 부산 여행 중 실제로 경험한 장소와 풍경 속에 부기를 배치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관광객에게 하나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귀여운 부기 캐릭터를 샀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산에서 봤던 풍경 속에 있던 부기를 가져왔다’ 라는 기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블루스텝의 부기 관련 상품에는 부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부기룸 마그넷’은 작은 공간 안에 부기와 부산의 모습을 함께 담아 관광객이 여행 중 마주했던 한 장면을 미니어처처럼 표현한다. 냉장고나 메모보드 등에 마그넷을 붙일 때마다 단순히 캐릭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부산 여행 당시의 공간과 분위기를 함께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부기 무빙 키링’은 부기 캐릭터에 움직이는 요소를 더해 시각적인 재미를 높였으며, 가방이나 파우치에 달아 일상에서도 지속적으로 부산의 캐릭터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기 실리콘 랜덤 키링’은 부산의 다양한 장소와 여행 테마를 부기와 결합해 캐릭터 하나만이 아닌 부산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를 함께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여행 중 방문했던 장소나 자신의 여행 스타일과 연결되는 부기를 선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념품이 개인적인 부산 여행의 기록으로 바뀌게 된다.
관광기념품은 ‘부산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이 될 수 있다

관광기념품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관광기념품이 관광지의 이름이나 랜드마크를 새긴 단순한 기념품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관광객이 경험한 순간과 감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기억의 매개체’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여행 중 찍은 사진은 휴대전화 속 수많은 이미지 가운데 하나로 남을 수 있다. 반면 부산에서 구매한 부기 마그넷이 매일 사용하는 냉장고에 붙어 있고, 부기 키링이 가방에 달려 있다면 관광객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산을 반복해서 마주하게 된다. 그때 기억나는 것은 캐릭터 하나만이 아니다. 청사포에서 바라봤던 바다와 바닷바람, 블루라인파크를 따라 이동하며 봤던 풍경, 부산 곳곳에서 보냈던 시간까지 캐릭터와 함께 떠오르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도시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기념품은 단순한 상품을 넘어 도시와 관광객의 관계를 여행 이후까지 연장시키는 하나의 도시 브랜딩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관광객 400만 시대, ‘부산을 기억하게 하는 기념품’의 역할
부산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4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 5월까지 이미 193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부산을 찾았고, 증가 속도 역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도시가 관광객에게 남길 수 있는 ‘기억의 접점’ 역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관광객에게 부산을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거대한 랜드마크만이 아니다. 청사포에서 보았던 바다, 해운대의 스카이캡슐,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캐릭터, 그리고 여행 마지막에 구입한 작은 마그넷 하나까지 모두 부산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여기에 부산 대표 캐릭터 부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면 여러 장소와 경험은 하나의 공통된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다. 타이베이의 브라보와 마카오의 막막이 캐릭터를 통해 도시 관광 경험을 확장했듯 부산의 부기 역시 부산의 바다와 관광지, 지역의 이야기와 결합하면서 ‘부기를 보면 부산이 떠오르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이런 점에서 블루스텝의 부기 관광기념품은 단순히 ‘부산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을 넘어선다. 부산에서 보고, 걷고, 즐겼던 여행의 한 장면을 부기라는 캐릭터를 통해 일상으로 가져가는 상품에 가깝다. 관광객 400만 명을 향해가는 부산에서 필요한 것은 관광객을 한 번 더 불러오는 것뿐 아니라, 여행이 끝난 뒤에도 부산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콘텐츠다. 부산에서 만났던 부기가 작은 마그넷과 키링이 되어 관광객의 일상으로 이동하고, 그 캐릭터를 볼 때마다 다시 부산의 바다와 여행의 순간이 떠오른다면 관광기념품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부산 관광 홍보물이 된다. 부산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과정 역시 이러한 작은 아이디어와 상품에서 시작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