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정보신문] 신승철 기자 =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가격 상승의 중심이 중저가에서 중고가 구간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대비 6억원을 넘는 가격대 아파트의 신고가(기존 최고가격을 넘어서는 거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12억~20억원대에서 신고가 비중이 뚜렷하게 상승하면서 중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가격 상단이 높아지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7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에서 6억~20억원 가격대의 신고가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전 구간에서 올랐다. 15억~20억원 구간 신고가 비중은 지난해 47.9%에서 올해 53.8%로 5.9%포인트 상승했다. 12억~15억원 구간은 23.4%에서 47.0%로 23.6%포인트, 9억~12억원 구간도 16.1%에서 36.7%로 20.6%포인트 증가했다. 6억~9억원 사이 신고가 비중도 6.5%에서 20.7%로 14.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3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거래에서는 신고가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 3억원 이하 구간은 3.5%에서 1.5%로 감소했고, 3억~6억원 구간은 4.1%에서 5.0%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거래량 측면에서는 3억~6억원대 아파트가 여전히 수도권 거래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3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23.2%, 3억~6억원 구간은 37.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6억~9억원 구간 거래 비중은 19.6%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 같은 현상은 가격대별 거래량과 가격 상승세가 분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순히 고가 아파트 거래가 늘어난 것이라기보다, 입지와 상품성, 신축 여부, 교통 여건 등에서 우수한 중고가 단지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 상단이 재설정되는 단계로 해석된다. 직방은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가격대 구성은 완만한 변화를 보이나, 6억원 이상 가격대에서는 기존 최고가격을 뛰어넘는 거래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경우 중고가 아파트 가격 재평가가 두드러졌다. 15억~20억원 구간 신고가 비중이 48.7%로 서울 내 최고 수준이며, 12억~15억원과 9억~12억원 구간 신고가 비중도 각각 46.4%, 40.4%로 높았다. 6억~9억원 구간은 지난해 9.4%에서 올해 28.1%로 18.7%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6억~9억원대가 27.7%로 가장 많았고, 3억~6억원대가 21.7%, 9억~12억원대가 16.2% 순이었다.
초고가 구간(20억 이상)에서는 신고가 비중이 오히려 하락했다. 20억~25억원 구간은 56.2%에서 44.0%, 25억~30억원은 71.4%에서 25.8%, 30억원 초과는 70.0%에서 32.5%로 떨어졌다. 이는 거래 건수가 적어 특정 거래에 신고가 비중이 크게 영향을 받는 결과로 해석된다. 서울 집값 상승은 최상위 초고가보다 9억~20억원대 실수요와 상급지 이동 수요가 활발한 중고가 시장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중고가 아파트 가격 경신 현상이 뚜렷하다. 6억~9억원 구간 신고가 비중은 4.0%에서 17.1%, 9억~12억원은 17.2%에서 33.3%로 크게 올랐다. 12억~15억원과 15억~20억원 구간 신고가 비중은 각각 48.4%, 62.8%에 달했다. 다만 경기 거래량은 여전히 중저가에 집중되어 있다. 3억~6억원 구간 거래 비중이 44.5%로 가장 많고, 3억원 이하 25.1%, 6억~9억원 17.8% 순이다. 경기에서는 거래량 측면 중저가가 중심이지만 가격 상승 탄력은 9억원 이상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구조다.
서울 집값 상승에 따른 대체 수요가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주요 선호 단지로 이동하면서 중고가 주택 가격 상단이 재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통망과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경기 지역에서는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활용한 갈아타기 수요가 유입될 경우 신고가 행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인천은 여전히 6억원 이하 실수요 시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천 전체 거래의 약 90%가 6억원 이하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3억원 이하 거래가 47.9%, 3억~6억원 구간이 42.2%를 차지했다. 3억 이하 거래 비중은 줄었으나 3억~6억원과 6억~9억원 구간은 소폭 증가했다. 신고가 비중은 3억원 이하 1.9%, 3억~6억원 1.8%, 6억~9억원 3.5%에 머물러 서울·경기와 달리 신고가 확산 속도는 느리다.
이처럼 수도권 내에서도 시장 상승 단계에 차이가 있다. 서울은 9억~20억원대, 경기는 9억원 이상 중고가 시장에서 가격 경신이 활발한 반면, 인천은 6억원 이하 실수요가 시장 중심이다. 초고가 주택 신고가 비중 하락 현상은 개별 거래 영향이 크고 가격 하락 신호로 단정하기 어렵다.
향후 시장의 관건은 중고가 아파트의 신고가 행진이 실제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거래량과 가격 상승 구간이 일치하지 않아 수도권 시장은 여전히 선별적 상승 국면에 머물러 있다. 서울 집값 상승에 따른 경기 대체 수요와 서울 내 9억~20억원대 실수요 수요가 유지된다면 중고가 시장 가격 경신은 계속될 수 있다.
다만 대출 규제 강화와 금융 비용 부담 증가로 중고가 주택 거래가 위축되면 신고가 거래가 일부 단지에 국한되면서 전체 상승세 확산은 어려울 수 있다. 직방은 “수도권 시장에서 거래량이 많은 가격대와 신고가가 집중되는 가격대가 분명히 구분된다”며 “중고가 주택 매수 여력 변화가 향후 집값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결국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는 단순 거래량보다 어느 가격대에서 신고가가 발생하고, 이 신고가가 얼마나 넓은 지역과 단지로 퍼지는지가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6억~20억원대 신고가가 거래 증가와 함께 확산될 경우 중고가 시장으로 집값 상승축이 본격 이동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신고가 거래가 일부 선호 단지에 머무르고 거래량이 따라붙지 않는다면 현재 상승세는 제한적 가격 재평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