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 계산기는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오늘날 계산기는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생활 도구다. 스마트폰을 꺼내 숫자를 입력하면 복잡한 계산도 몇 초 안에 끝난다. 그러나 전기와 전자기술이 없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세금과 거래대금, 천문 관측 결과를 정확하고 빠르게 계산해야 했다. 그렇다면 숫자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최초의 기계는 누가 만들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어떤 기계를 ‘최초의 계산기’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용한 주판과 산가지도 넓은 의미에서는 계산 도구다. 하지만 사람이 수를 배열하는 도구가 아니라, 톱니바퀴와 기계장치가 계산을 수행하는 기계식 계산기를 기준으로 보면 독일의 학자 빌헬름 시카르트와 프랑스의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빌헬름 시카르트는 1623년 ‘계산 시계’라고 불리는 장치를 설계했다. 이 기계는 톱니바퀴를 이용해 덧셈과 뺄셈을 돕고, 곱셈 계산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컴퓨터역사박물관은 17세기 초 시카르트와 파스칼이 기계식 계산기의 개척자였다고 설명한다. 다만 시카르트의 기계는 실물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고 설계 기록을 바탕으로 복원됐기 때문에, 최초의 실용적인 계산기를 누구의 발명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는 견해가 나뉜다.

 

보다 널리 알려진 인물은 블레즈 파스칼이다. 파스칼은 1640년대 세금 업무를 담당하던 아버지의 복잡한 계산을 돕기 위해 기계식 계산기 ‘파스칼린’을 만들었다. 숫자가 표시된 회전판을 돌리면 내부의 톱니바퀴가 움직이며 덧셈과 뺄셈을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한 자리 숫자가 9에서 0으로 넘어갈 때 다음 자리로 자동 올림이 이뤄지도록 만든 점이 핵심이었다.

 

파스칼린은 단순한 설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제품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기계식 계산기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파스칼은 여러 대의 계산기를 제작해 행정과 상업 업무에 활용하려 했다. 이 때문에 파스칼을 ‘실용적인 기계식 계산기의 발명자’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파스칼린에는 한계도 있었다. 덧셈과 뺄셈에는 유용했지만 곱셈과 나눗셈을 자동으로 처리하기는 어려웠다. 이후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가 계산기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 그는 17세기 후반 ‘계단식 계산기’를 개발해 덧셈과 뺄셈뿐 아니라 곱셈과 나눗셈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프니츠의 기계 구조는 이후 여러 기계식 계산기에 영향을 주었다.

[사진: 최초의 계산기와 현재의 계산기 모습, 챗gpt 생성]

계산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초기 기계식 계산기는 톱니바퀴와 부품을 정밀하게 제작하기 어려웠고 가격도 매우 비쌌다. 산업혁명 이후 금속 가공과 대량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업용 계산기가 등장했고, 은행과 보험회사, 관공서, 기업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컴퓨터역사박물관에 따르면 기계식 계산기가 상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계산기는 전동식과 전자식으로 빠르게 진화했다. 커다란 사무용 기계였던 계산기는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의 발전을 거치며 책상 위에 놓을 수 있을 만큼 작아졌다. 이후 손바닥 크기의 휴대용 계산기가 등장했고, 오늘날에는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기본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최초의 계산기를 만든 사람은 누구라고 말해야 할까. 설계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시카르트가 앞서고, 실제로 제작돼 널리 알려진 실용 기계를 기준으로 보면 파스칼의 공로가 크다. 여기에 사칙연산이 가능한 기계식 계산기의 발전에는 라이프니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계산기의 역사는 한 사람의 단독 발명이라기보다 여러 발명가가 기능을 보완하며 이어온 기술 발전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우리가 계산기 버튼을 누르는 짧은 순간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인간의 고민이 담겨 있다. 반복되는 계산을 줄이고 실수를 막으려는 노력은 기계식 계산기를 낳았고, 그 기술은 전자계산기와 컴퓨터, 인공지능으로 이어졌다. 계산기의 역사는 결국 인간이 생각하는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기 위해 도구를 발전시켜 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작성 2026.07.19 23:21 수정 2026.07.19 23:22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박준용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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